30대 무주택자 미혼의 영끌 내 집 마련 1호 장만기, 정신없는 시간을 정리하는 글이다. 밤잠 설치고 왼쪽 뒤통수가 하얗게 새던 힘들었던 이 시기를 잊지 않기 위해 남긴다. 번갯불에 콩 볶듯이 진행된 무주택자 미혼의 내 집 마련 경험이 누군가에겐 도움이 되길 바라면서 적어본다. 막막한 분들에게 조금이나 도움이 되길...
나는 영끌한 20~30세대의 부동산 뉴스가 인터넷 포털을 장악하고 뉴스에서 연일 보도될 때, 심리적 압박이 덜했다. 청약에 대한 희망이 있었으니까. 나는 3기 신도시 사전청약이 인생을 바꿀 기회라며 생애최초특공에 베팅했었다. 하지만 1년 사이에 나는 청약에서 매매를 결심했다. 평범한 일개미의 생각이 어떻게 바뀌었는 지를 과정을 보시길 바란다. 왜 매매를 선택하고 어떤 집을 골랐으며 자금은 어떻게 마련했는 지를 풀어보겠다.
오늘은 매매를 결심하게 된 계기와 마인드에 관한 이야기다.
청약에서 매매를 결심하다.
나는 원래 3기 신도시 '생애최초 특별공급'을 목표로 했었다. 그러나 LH 사태 등을 겪으면서 언제 될 지 기약이 없는 청약이라는 옵션은 후순위로 미루고 매매를 하기로 결심했다. 이 결심을 하기까지는 6개월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현재 내가 산 집은 계약하기 1년 사이에 거의 2억까지 매매가가 올랐다. 부동산 시장의 상투에 잡은 것이 아닐까 걱정되기도 했지만, 10년을 바라보는 실거주를 목적으로 구매했기에 시장의 환경에 대해서는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 내가 어찌할 수 없는 것이니까. 내 집을 소유했다는 안정감, 인플레이션 헷지 등 당장 내가 할 수 있는 것, 변화시킬 수 있는 것에 에너지를 쏟기로 하였다.
동거를 하며 내 집 장만에 대한 절실함이 생기다.
올해 만난 지 6년이 된 여자 친구가 있다. 여자 친구는 월세 살이로 이사를 4번이나 하며 이사에 지쳐있었다. 대학생 때 만나 사회인이 되고 동거를 시작하면서 본격적으로 미래에 대해 고민하게 되었다. 그러면서 단연 '부동산'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었다. 현재 살고 있는 투룸의 30년 된 빌라가 좁게 느껴지기도 하였고, 경제적 상황 때문에 고려하고 있지 않는 출산과 양육이라는 옵션을 생각하면 내 집은 필수라는 생각이 들었다. 전/월세 떠돌이 생활이 아닌 한 곳에 정착할 수 있는 기반에 대해 절실해질수록 우린 영끌 매매가 절실해졌다. 또한, 미래에 함께 준비할 원대한 목표를 이루기엔 안정감이 필수적이었다.
대출은 무조건 나쁜 것이라는 편견을 깨다.
부동산에 관심을 갖게 될 무렵 갭 투자라는 개념을 이해하게 되었다. 다주택자들의 전유물로 투기의 온상이라고 보였던 갭 투자로 내 집을 마련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대출 듣기만 해도 가슴이 턱 막히고, 빚쟁이가 된 기분이어서 최대한 멀리하려 했다. 대출에 대해 타인의 전세금을 레버리지로 사용하여 집을 매매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해본 게 처음이었다. 이러한 생각조차 하지 못했고, 이러한 투자를 하는 사람들이 물론 집 값의 상승일 일으킨데 일조한 것은 맞지만,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과 시장에 대해 공부하면서 작금의 부동산 값의 고공행진은 비단 다주택자들의 투기라기보다는 "공급 부족"과 "실수요자들의 불안한 심리"가 만들어낸 것으로 보인다.
부린이들은 공부를 해야 한다.
올해 우리나라는 인구절벽을 마주했다. 인구 통계적으로 인구감소가 시작된 것이다. 이는 단편적으로 생각하면 30년 후, 아파트 공급은 넘쳐나는 데에 반해 수요가 극히 줄어들어 부동산 침체기로 보였다. 무주택자, 부동산 시장을 비관적으로 바라보면 아파트를 매매하지 말아야 할 이유가 한없이 많다. 그럼에도 안정적인 생활 기반을 위해서는 나만의 집 1채는 필수라고 생각한다.
특히 1인 인구가 늘어나기에 대형 평수보다 소형 평수에 대한 수요가 증가할 것이라는 생각도 있었다. 부동산 하락론자들의 경우 이런 근거를 댄다. 하지만 사회 트렌드와 특히 주거 공간에 대한 인식이 많이 변했다. 레이어드 홈(layered home)’이라는 주거 트렌드를 보고 1인 가구여도 경제력만 뒷받침되면 큰 집을 갖고 싶을 것이라는 확신이 생겼다. 레이어드 홈은 여러 벌의 옷을 겹쳐 입어 멋을 부리는 레이어드 룩 패션처럼, 집이라는 공간이 주거의 기본 기능에 새로운 기능을 겹치듯 덧대어 무궁무진한 변화의 양상을 보여준다는 의미다. 나와 여자 친구는 넓은 집에 산다면 헬스공간, 서재 공간, 그림 그리는 공간 등 취향에 따라 만들고 싶은 공간이 너무나 많았다. 주거 공간의 용도를 다양하게 사용하고 싶다는 점은 큰 집을 사고 싶다는 생각에 이르렀다. 하지만 사실상 여자 친구와 나의 시드가 적었기 때문에 분양이나 고공 상승하는 집을 사기엔 무리가 있다고 생각이 들었고, 어떤 방법으로 집을 싸게 살 수 있을까 고민하다 "경매"에 이르렀다.
경매로도 집을 살 수 있다고?
부동산 정책이 터지면서 경매로 매매하는 방법은 접다. 우리가 경매를 공부한 때부터 본격적으로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다주택자 양도세, 종부세, 토지 과열지구 등 낯설기만 했던 단어들은 우리에게 '경매로 매매하기 위험'하다는 신호를 보냈다.
경매로 실거주할 집을 마련하고자 했지만, 대부분의 지역들은 투기과열/조정지 구로 묶여서 대출을 받더라도 시드가 부족한 상황이었기에 자금이 한없이 부족했다. 경매로 넓은 집의 평수를 살 수 있다는 부린 이들의 희망은 부동산 시장과 맞물리면서 꺾였다. 3기 신도시 사전 청약으로 가즈아..과연?
그 무렵 정부에서 시장 참여자들의 심리를 안정시키고자 3기 신도시 공급 대책을 내놓았다. 무주택자이면서 신혼부부라는 조건으로 우리가 비빌 수 있는 '생애최초 특별공급' 전형을 공부하면서 또 다른 희망을 보았다. 다행히도 '생애최초 특별공급'이라는 조건에 딱 맞는 조건이었기 때문이다. 우리가 혼인신고를 할 경우, 맞벌이 조건 상 소득조건이 애매하게 넘는 상황이 되면서 우리가 넣고 싶은 전형을 지원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올해 사전청약이 열려야만 했다.
하지만 LH 사태가 터지고 토지 보상 문제 등이 해결되지 않는 등 , 부동산 사태를 보면서 마냥 3기 신도시만을 기다릴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생애최초 특별공급으로 경쟁률은 많이 줄였지만, 현실적으로 '직주근접'을 고려할 때, 과천 신도시가 우리에게 최고의 입지였지만 사실상 자금 마련을 생각하면 답이 나오지 않았고 아직 보상 문제도 해결되지 않은 상황이었다. 마음을 편하게 갖고, 시드를 모아 준비하려 했지만 청약 경쟁에서 로또를 기대하기보다 더 현실적으로 매일 나가는 월세를 대출 이자로 바꿔서 집에 저축을 하자는 생각을 했다.
그 당시엔 무주택자 마인드 '지금 집 값은 비싸, 떨어질 거야. 더 싸지면 싸야지'라는 마인드에서 벗어나지 못할 때였다. 근데 생각을 다시 해보니 3기 신도시가 완공되면 넉넉하게 10년이라는 시간을 월/전세를 전전하며 돌아다녀야 했다. 여전히 주거 불안정성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결혼한 이후 자녀계획은 꿈도 꾸지 못할 듯했다. 월세로 돈을 버릴 바에야, 대출 이자를 갚아나가자.
현재 월세로 나가는 비용을 차라리 대출이자에 쏟아부어 집테크를 하는 것이 더 낫겠다는 판단이 섰다. 그러면서 우리가 현재 동거하는 빌라의 월세를 들어왔을 때, 현재 우리가 이사 갈 곳의 안양 집값이 2배로 뛰었다는 현실 앞에 발 빠르게 대처하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이 매우 컸었다. 여자 친구와 신사임당과 너나 위의 부동산 컨설팅 콘텐츠를 챙겨보고 매일 모든 화제는 부동산이었다. 시간이 축적되면서 부동산 시장을 바라보는 인사이트도 생겼다.
서로의 통장을 오픈하다.
집을 살 수 있을까?라는 고민에서 우리도 사야겠다고 결심을 한 순간부터 모든 것이 현실로 받아들여지기 시작했다. 우리의 얇은 지갑과 그동안 모아 온 시드머니를 여자 친구와 터놓았다. 다행히 평소에도 경제적인 부분에서 가치관이 비슷하고, 저축과 투자를 얼마나 하고 있는지 알고 있었기 때문에 부담이 덜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실제 가처분소득에 대해서는 10원이라도 탈탈 털어서 가용할 수 있는 금액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게 그 무엇보다 중요했다. 여자 친구가 어리지만 나와 비슷한 수준으로 시드를 모았고, 작고 소중한 시드라도 시드라고 부를 수 있는 금액이 모아져서 감사했다. 젊으니까 우린 앞으로 미래 벌어들일 소득을 생각하면서, 시드와 대출을 이용해 매매할 수 있는 집을 찾을 수 있는 용기가 생겼다.
무주택자에서 1 주택자 되는 데는 상당한 용기가 필요했다. 친구들을 만나면 우리가 집을 살 수 있을까?라는 고민을 하는데 어떻게 집을 살 수 있을까? 방법에 대해 얘기하지 않는다. 집을 매매해보니, 가능하다. 대신 많은 공부와 고민이 필요한 것 그리고 용기가 필요하다. 누군가 아파트 꼭지에서 상투를 잡은 것이 아니냐고 비아냥 거릴 때 무시해야 하고 우리가 선택한 집에서 보낼 시간들 속에서 우리의 성장이 더 중요하다. 상승과 하락이 반복된 그 10년을 잘 견뎌낼 준비와 마인드를 갖추었다면 집을 사도 괜찮다고 본다.
다음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2021.05.12 - [투자/내 집 1호] - #2. 손품: 대출,예산잡기,지역선정, 매물찾기, 매물비교, 매매기준 (호갱노노, 네이버부동산, 리브부동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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